여태껏 자취방에 PC가 없어서 근 한 달 동안 제대로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덩달아 소식도 전하지 못하여 본의 아니게 잠수탄 상태가 유지되었는데..... 잠수 하나 안 하나 사회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기는 한가? 하는 의문이 들기는 듭니다......
한 달 동안 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번 달 1일에 대학원 면접을 봤고 엊그제인 19일에 합격 발표가 났습니다. 어째 걱정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듯 싶습니다만, 4년 학교 다니고 3년 반을 떠나 있었던 준외인에게는 은근히 부담되는 일이었던지라 지금은 마음을 많이 놓았습니다. 편하네요, 붙어 놓으니까. 노비로의 길이 활짝 열렸습니다.
Piotr 랩에서 일하는 것 또한 4주를 채웠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애리조나에 사는 멕시코 어치가 먹이 찾아먹는 실험 비디오를 보면서 비디오 자료를 수치 자료로 코딩하고 있는 것이 하나이고(Indoor work!), 교내 까치 관찰 기록과 크레인 작업 및 포획을 통한 개체식별작업이 다른 하나입니다(Outdoor work!). 3주차까지는 절반 이상을 아웃도어에 투자했으나, 이제 슬슬 시즌이 끝나감에 따라 인도어 쪽(본래 계약한 그 일!)의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비디오 보는 거 재미있기는 한데, 새한테 야바위 당한다는 것이 조금 기분상하고, 오래 보면 눈이 아파요. 하긴, 아웃도어에서 까치를 보는 건 오래 보면 쌍안경 때문에 목이 아프죠. 이래저래 정체성은 전형적인 블루칼라 쪽으로 형성되고 있습니다. 가을 되면 카고 바지와 청남방 하나 정도 살 지도. 그래도 꽤나 만족스럽습니다. 랩 분위기도 자유롭고 선생님도 열정적이시고요.
저번 주말과 이번 주말 모두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애인이 생기니 결혼식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됩니다. 역시 식당과 예식장은 분리를 해야 해요. 밥이 맛있고 넉넉하고 식사 자리는 편해야 하고요. 고등학교 동창 두 명이 일체형 예식장에서 결혼을 했는데, 이것 참 아니다 싶습니다. 주례는 길면 절대 안 되고(음... 그냥 이제부터 두 사람은 상대방과 자신이 r=1인 관계라 생각하고 사시오... 라고 주례해 주시는 분, 그걸 알아듣는 하객들 어디 없으려나요?) 분위기는 엄숙하고 우는 분위기도 안 되지만 폭소가 터지는 분위기는 더더욱 안 됩니다. 그냥 식 내내 흐뭇하게 미소지을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아요. 이 정도가 그간 결혼식장 쫓아다니면서 얻은 교훈?
형이 예전에 전역한 직후가 정말 즐거웠고 일도 정말 잘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까맣게 타고 눈이 아플 정도로 일하고, 먹고 살 만큼 돈 벌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도무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갑니다. 자기 삶을 산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예요. 요새 사는 것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Posted by 충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