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리턴즈>를 보면 펭귄맨이 오락가락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다. 처음에 한 번 하수구에서 나와서 잘(?) 해보려고 할 때는 부하들이 익숙하게 "Penguin!"하고 부르면 으르렁거리면서 "Penguin is a bird which cannot fly. I'm not a penguin. I'm Oswald Cobblepot."이라고 하더니, 막상 그렇게 부르는 것이 익숙해질 때 쯤에는 일이 꼬이면서 "I'm not Oswald Cobblepot. I'm a Penguin."이라고 부르짖는 모습은 두 자아 사이를 넘나드는 대니 드 비토의 멋지고도 슬픈 연기였다.
관노의 신분에서 벗어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나는 심지어 노예도 아닌 노예 견습공(!)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표면상으로는 주 12시간 근무하는 연구보조지만, 랩에 있는 시간은 풀 타임 슬레이브가 아닐까 싶다. 참고로 다행이 무급노예 신세는 벗어났으되, 급료는 주 12시간 근로 기준으로 책정된 액수다. 군대 월급보다는 많고, 1인당 군대 식비 + 월급보다는 적은 액수다. 내일 가서 Mexican Jay 비디오에서 어떻게 자료를 추출하는지 정확히 배우고, 월요일부터는 출근하여 죽어라고 모니터만 쳐다보게 될 듯 싶다. 어떻게 컴퓨터 앞에서 벗어나질 못하니?
아침에 고용계약서를 작성해서 랩 매니저님(이 랩은 매니저가 따로 있다!)께 보내고, 대학원 입학 지원서 및 수학ㆍ연구계획서를 작성해서 원서접수를 하려고 접속을 했는데.... 웬걸. 3 by 4 cm 사진이 파일로 필요하다네... 빨리 씻고 셀카라도 찍어야겠다 싶은데, 집에 있던 디지털카메라는 도대체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저녁때 해야겠지. 입학 지원서는 대충 써야겠다 싶어서 그런지 의외로 술술 써내려갔다. 상벌사항이 쓸 게 제일 많더라. 그냥 옮겨적으면 되니까 쓰기도 쉽고.
오늘 방 보러 가는 일이 잘 되면 토요일에 다시 서울로 이사를 할 듯 싶다. 큰 일 끝내고 환경이 갑자기 바뀌었더니 요새 몸 곳곳이 이상을 호소하는데 이건 병원에 가서 해결하기보다는 환경에 익숙해져야 사라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지난 주말에 왼쪽 네번째 발가락 곪았던 건 정말이지 어휴. 뭐 그런 일이 다 있어? 제대로 낫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다른 발가락들 살짝살짝 아픈 것도 예전에는 다 굳은살 때문이려니 했는데, 이것 이후에는 "속에서 곪고 있는 건 아닌지" 자꾸 의심이 되어서 당황스럽다. 역시 의심이 없어야 마음이 편안한 것인데. 아, 피부에 야릇한 것이 좀 나타나서 피부과 진료를 받았는데, 거기서 받은 스테로이드를 신나게 발라댔더니 피부에서 온갖 것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얼굴 뾰루지와 코 상처는 스테로이드 남용의 결과로 추정 중이다.
다시 노비다. 노동요나 흥얼거리며 살아야겠다. 정규직 노비로 전환되려면 입시 준비 제대로 해야겠지. 교수님은 입학시험을 꼭 알아서 "잘" 봐야 한단다.
Posted by 충원